지난 6월 공업사에서 진행된 전시 《땀 흘리는 나무》는 차(茶)와 도자를 통해 식물과 동물, 자연과 인간이 결합된 변이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5년 시작된 도자 연작 <땀 흘리는 나무>는 표면에 작고 조밀한 구멍들이 나 있어 물을 담으면 땀을 흘리는 것처럼 물방울이 맺힌다. 이는 보통의 도자 기물들이 무언가를 잘 담기 위해 제작되는 것과는 상반된 작용을 가져온다. <땀 흘리는 나무>의 표면에서 비질비질 흘러나오는 물방울들은 마치 멈추어져 있는 듯 보이는 존재들이 우리 앞에서 숨을 내쉬고 땀을 흘리며 자신의 신체 작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차(茶)의 정신은 자연, 사람, 사물, 세계가 연결된 인식 체계를 강조하며 차를 통해 우주 만물과 교감하는 상태를 지향해왔다. 《땀 흘리는 나무》 전시를 통해 처음 보는 숲에서 기묘한 나무들과 함께 차를 즐긴다. 물이 흐르는 도자 작업들 사이에서 차를 마시며 각자 땀 흘리는 나무가 되어보았다.

전시를 준비하며 처음 공업사 공간에 도착했을 때 전시장 뒤편의 기다란 바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 바는 옮길 수 없는 형태로 그 자리에 시공이 되어있었고 안쪽으로는 물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바에 대해 공간 담당자님께 여쭈어보니 정체는 ‘카운터’였다. 공업사는 판매 시 계산을 할 수 있는 카운터를 통해 공간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업사는 청년들이 전시, 판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대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를 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카운터를 ‘바’라고 인식했고, 전시 기간 내내 티텐더로서 상주하며 티 바(Tea Bar)로 사용했다. 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기다란 바, 아니 카운터가 나에게 주는 심상은 전시장 뒤편에서 모든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호스트의 자리이자 대화의 자리였다. 기다란 바 앞으로 높이가 맞는 의자들도 마련되어 있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좋아 보였다.

지난해 겨울, 공업사의 대관 공모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판매할 것이 있는 예술가를 모집한다’는 문장은 인상 깊었다. 2021년 예술가로서 창업한 차 브랜드 빈칸살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빈칸살롱은 차와 시를 나누며 각자의 마음속에 정적인 공간을 찾아보는 문화 예술 콘텐츠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차와 살롱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살롱에서는 함께 차를 마시면서 각자의 마음속 정적인 공간을 찾고, 삶 속 빈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후 차를 마시며 들었던 심상들을 문장으로 엮어 서로에게 공유한다.

《땀 흘리는 나무》전시에서의 티 바 운영을 통해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전시를 운영하던 어느 날 저녁, 길을 지나가던 관람객이 문을 열고 들어와 천천히 작업들을 감상하셨다. 그러고는 그만 가려고 하시기에 “작업 다 구경하시고 여기 바에 앉아주시면, 차를 내 드릴게요!” 했더니 티 바에 앉아주셨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관람객이 시각예술가로 활동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티 바에서 오랫동안 창작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느 날은 길을 지나가던 길음 뉴타운 주민분께서 티 바에 앉아 차를 드시고 가신 일이 있었다. 그 주민분은 다음날 다시 방문하셔서 차와 작은 찻잔을 선물해 주셨다. 무료로 차를 마셨기에 자신도 무언가를 보답하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그러시면서 “이게 예술이죠.”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인상 깊었다.

또 한 동료 작가가 전시장에 여러 번 찾아와 티 바에서 함께 차를 마신 기억도 즐겁게 남아있다. 차가 주는 힘으로 사람들이 전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자연스럽게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전시장이 단순히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닌 사람들과 조우하는 장소, 상호작용하는 장소로 역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