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로 길음청년창업거리에서 영어 서점을 운영한 지 4년이 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에 중독(?)되어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드문 요즘 별다른 수입원 없이 책 판매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지만, 사업의 발전을 위해 브랜딩 및 마케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로컬크리에이터 육성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같은 거리에서 사업을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뵙지 못하는 다른 사장님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기회여서 즐거운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다.
‘나’와 ‘나의 지역’,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자
첫 번째 시간은 도시의바깥생활의 도라 님의 강의였다. 강사님께서 편안하게 강의를 진행하셔서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친밀함뿐만 아니라 청년창업거리의 가게들과 사장님들의 성장과 발전을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수업이었다.
강의는 먼저 ‘로컬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했고, 강사님께서는 한 기업이 로컬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나’는 무엇인가라는 나에 대한 이해, 즉 내 사업에 대한 이해와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정체성에 대한 강사님의 말씀을 들은 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내 사업’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서 지역과의 연계성, 즉 그 지역의 문화, 환경, 그리고 사람들과의 연결이 로컬브랜드로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또한 매우 마음에 와 닿았고 성공적인 로컬브랜드는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컬브랜드에 대한 중요하고 기초적인 이야기 후에는 길음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의 길음동은 큰 물이 흐르는 골짜기였다는 것, 길음동에 있었던 상당한 규모의 공동묘지, 채석장, 가죽 공장들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길음동의 역사에 대해 배웠다. 길음뉴타운이 들어서고 너무나 변해 버린 모습과 예전 사진들을 비교하면서 감회가 새로웠고 그 마음에는 씁쓸함 또한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높은 아파트들, ‘불법 유해 업소’라고 써 있는 현수막들이 걸려있는 길이 함께 있는 길음동의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길음동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후 성공적인 로컬브랜드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손님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행사들을 진행하는 가게들, 가까운 학교들 및 다른 가게들과의 협업을 계속하는 가게들이 인상적이었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로 빵을 굽는 빵집 또한 흥미로웠다. 쉽고 간단한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해당 가게들이 그러한 로컬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강의 막바지에는 각자의 사업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의 역량, 지역과의 연계성, 차별화된 콘텐츠 등에 대해 써 보고 강사님과 사장님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본인이 운영하는 사업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서로 피드백과 조언을 주고받으며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몰랐던 사실들과 평소 나누지 못했던 사장님들의 이야기, 고민을 나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누어 예정된 강의 종료 시간이 지나 버렸다. ^^;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 . . 알려라!
두 번째 시간은 브랜딩과 더 나아가 ‘홍보’와 ‘알리기’에 집중하는 강의였다. 프리랜서 마케터이신 지수 님께서 강사님으로 참여하셨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열정적인 분이라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시간의 도라 님과 마찬가지로 지수 님도 편안하게 강의를 진행하셔서 웃음이 많이 오고 갔다.
사실 ‘마케터’라고 하셔서 강의를 듣기 전에는 계산적일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진심’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것 같다는 나의 편견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 사람은 마음을 따라가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님은 주로 음악과 관련된 축제, 행사, 가게들을 소개하는 분이었는데, 그 이유는 강사님 본인이 음악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등 다수의 음악 축제 마케팅, 음악 관련 공간들을 알리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알리는 일을 하시는 분이었다. 음악이 좋아서, 좋아하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좋아서 일을 시작했다는 강사님께서는 정말 본인의 일을 즐기며 열정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다시 한번 비즈니스도 결국은 ‘마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강사님께서는 브랜딩과 마케팅에서 필수적인 것이 진심과 진정성이라고 하시면서, SNS 홍보조차도 진정성이 결여된 ‘따라하기’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하셨다. 내가 서점을 연 이유는 간단했다. 책이 좋아서였다. 그리고 그 서점이 한국어 서점이 아닌 영어 서점이었던 이유도 간단했다. 영문학이 좋아서였다. 지금까지 내가 서점을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고’ 다행히도 ‘잘하는’ 것이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고 파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딩과 마케팅에서 필수적인 ‘진심’이 내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민을 나누는 시간에는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홍보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요즘 세태에 맞추어 SNS 홍보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에 다들 동의하는 듯 했고, SNS 운영에 많은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SNS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강의 내용 중 가장 수긍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하. ^^;) SNS,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효과적인 홍보 방법, 그리고 서사가 있는 나만의 채널 운영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강사님께서는 시의성과 트랜드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홍보를 할 때도 나만의 스타일과 서사, 독청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앞으로 책 판매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모임들을 운영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또한 모임이 잘 운영되려면 ‘홍보’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책과 더불어 음악을 매우 좋아하여 강의 후 음악 얘기도 나눌 겸 강사님을 서점으로 초대했다. 서점에 있는 100여 년 된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고 얘기를 나누던 중 강사님께서 서점에서 청음회와 같은 모임을 지속적으로 열면 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좋은 아이디어를 주셔서 감사했다!
숫자 놀이를 성실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 . . 그리고 그 성실성은 어디에서 나오나?
세 번째 시간은 채소 간편식 사업을 하고 계시는 얄라 님의 강의였다. 사업의 매입과 매출 금액을 기록하는 장부 작성법 강의로 시작되었는데, 직접 사용하시는 장부 파일을 보여 주시면서 세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날그날 식비로 지출한 금액까지 정말 꼼꼼하게 아주 작은 것들을 다 기록하시는 것이 대단했다! 나는 아직 매입 및 매출 금액이 크지 않지만 장부 작성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데 강사님의 경지에 이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다수의 온라인 쇼핑몰에도 입점하여 판매하고 계시고 상당한 매입 및 매출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세세한 장부 작성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많이 반성했다. 그리고 성실하고 치밀한 사업가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숫자 놀이(?)의 중요성을 역설하시는 것과 더불어 본인의 브랜드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나는 평소에 고기를 즐겨 먹지 않고 채식을 주로 하여 강사님의 채소 간편식 브랜드 소개도 매우 흥미로웠다. 후무스가 한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후무스를 이용한 음식 사업을 시작했던 강사님의 도전 정신과 열정이 인상 깊었다. 또한 채소를 이용한 식품 상품을 끊임없이 새롭게 개발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강사님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업 구상을 위해 오랜 시간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견디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 강사님께서 마음먹은 것을 곧장 실천하고 또한 논리적으로 실행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느끼며 사업가로서의 자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